AI 반도체 구조 비교: S램과 D램의 차이점
엔비디아 발 AI 반도체 뉴스가 연일 전 세계 경제면을 장식하는 요즘입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나 TSMC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사를 읽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두 가지 뼈대 용어가 있죠. 바로 S램(SRAM)과 D램(DRAM)입니다.
과거 처음 반도체 산업 리포트를 분석할 때는 '메모리 반도체면 다 같은 거 아닌가, 왜 굳이 종류를 나눠서 복잡하게 만들까' 싶어 페이지를 넘기기 답답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AI 관련 기업들의 밸류체인을 추적하며 설계도를 들여다보니, 이 둘은 칩 내부에서 맡은 구역과 역할이 철저히 분리된 독립적인 생태계더군요. AI라는 거대한 연산 공장을 멈추지 않고 굴러가게 만드는 두 메모리의 결정적 차이를 구조와 역할 중심으로 뜯어보겠습니다.
| AI 반도체 칩 내부 |
연산 장치 바로 옆에 붙은 초고속 비서, S램
S램(Static Random Access Memory)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정적(Static)'입니다. 전원이 공급되는 한 한 번 입력된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특성 덕분에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다시 써주는 '리프레시(Refresh)' 작업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나 NPU(신경망처리장치)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1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로 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때 연산 장치 바로 옆에 딱 붙어서, 방금 처리한 데이터나 곧바로 써야 할 핵심 데이터를 건네주는 역할(캐시 메모리)을 S램이 맡습니다. 속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급 메모리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데이터 1비트를 저장하는 데 무려 6개의 트랜지스터(6T 구조)가 필요합니다.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다 보니 칩 하나에 넣을 수 있는 용량이 메가바이트(MB) 수준에 불과하고, 생산 단가도 매우 비쌉니다. AI 칩 면적의 상당 부분을 이 S램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고 비싼' 부품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두는 거대한 물류 창고, D램
반면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이름처럼 '동적(Dynamic)'입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인 '커패시터(축전기)'에 전자를 채워 넣는 방식인데, 시간이 지나면 이 전자가 스르륵 빠져나갑니다. 데이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1초에도 수십 번씩 전기를 다시 채워주는 리프레시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 때문에 S램보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램이 현대 IT 기기와 AI 반도체의 필수품이 된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와 용량' 때문입니다. 트랜지스터 1개와 커패시터 1개(1T1C 구조)만 있으면 1비트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S램 대비 부피가 훨씬 작아 기가바이트(GB) 단위의 방대한 데이터를 저렴하게 꽉꽉 눌러 담을 수 있죠. GPU가 대규모 AI 학습을 할 때 필요한 엄청난 양의 파라미터(매개변수) 데이터는 모두 이 D램 창고에 보관됩니다.
HBM이 쏘아 올린 D램의 진화
최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HBM(High Bandwidth Memory)은 바로 이 D램을 진화시킨 결과물입니다. 기존 D램으로는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데이터 양(대역폭)이 좁아, 초고속으로 연산하는 GPU에 제때 데이터를 공급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아파트처럼 쌓아 올리고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TSV)을 뚫어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낸 것이죠.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HBM 기반 D램 시장입니다.
한눈에 보는 S램과 D램의 스펙 4가지 비교
| 구분 | S램 (Static RAM) | D램 (Dynamic RAM) |
|---|---|---|
| 기본 구조 | 트랜지스터 6개 (부피가 큼) | 트랜지스터 1개 + 커패시터 1개 (작음) |
| 처리 속도 | 매우 빠름 (캐시 메모리용) | 상대적으로 느림 (주기억 장치용) |
| 저장 용량 | 작음 (MB 단위 위주) | 매우 큼 (GB 단위 위주) |
| 전력 관리 | 리프레시 불필요 | 주기적인 리프레시(재충전) 필수 |
두 메모리가 하나로 합쳐질 수는 없을까?
기술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S램 속도로 D램만큼 용량을 키우면 되지 않나?" 안타깝게도 현재 반도체 물리 법칙과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벽에 막혀 있습니다. S램으로 100GB짜리 메모리를 만들면 반도체 칩 크기가 사람 얼굴만 해지고, 가격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게 될 테니까요.
반대로 D램을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도 커패시터에 전자를 채우고 빼는 물리적 지연 시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결국 AI 칩의 성능 극대화를 위해서는 'D램(창고)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꺼내와서 → S램(비서)이 쪼개어 들고 → GPU(공장장)에게 즉각 전달하는' 완벽한 분업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 정답입니다.
💡 한 줄 요약 포인트
S램은 칩 '내부'에서 속도를 담당하는 비싼 엘리트 메모리이며, D램은 칩 '외부'에서 방대한 용량을 책임지는 대규모 물류 창고입니다. AI 반도체는 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함께 뛰어야 하는 2인 3각 경기와 같습니다.
최근에는 메모리가 단순히 데이터만 저장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일부 연산까지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PIM(Processing-In-Memory)이 개발되며 또 다른 지각 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비메모리의 영역까지 넘보는 이 흥미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한 작동 원리와 관련 유망 기업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차이가 왜 중요한가
S램과 D램의 구조 차이는 기술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두 시장의 돈 버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 구분 | S램 | D램 |
|---|---|---|
| 어디에 들어가나 | CPU·GPU 칩 안에 | 별도 모듈로 |
| 누가 만드나 | 설계사가 칩에 포함 | 메모리 3사가 따로 판매 |
| 가격 성격 | 칩 단가에 녹아 있음 | 시황에 따라 등락 |
| 실적 영향 | 별도 매출로 안 잡힘 | 가격이 영업이익을 좌우 |
그래서 "S램 시장에 투자한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S램은 독립된 상품이 아니라 프로세서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S램 기술이 중요해질수록 이익을 보는 쪽은 메모리 회사가 아니라 칩 설계사와 파운드리입니다.
반대로 D램은 가격이 공개되는 상품입니다. 현물 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이 매달 나오고, 이 숫자가 메모리 기업 실적에 거의 그대로 반영됩니다.
HBM이 바꾼 것은 '가격 결정 방식'입니다
본문에서 본 HBM은 기술적으로 D램을 쌓아 올린 것이지만, 사업 구조에서는 더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D램은 규격이 같은 범용품이었습니다. 누가 만들어도 비슷하니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무너졌습니다. 메모리 산업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온 이유입니다.
반면 HBM은 고객사와 미리 계약하고 맞춰서 만드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물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 두는 구조라, 현물 가격 급락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그래서 실적 발표에서 볼 것
메모리 기업을 볼 때 전체 D램 출하량보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같은 물량을 팔아도 제품 구성에 따라 이익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기술 뉴스를 실적으로 번역하는 법
반도체 뉴스는 용어가 어려워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가지 질문으로 걸러 보면 정리가 됩니다.
첫째, 이 기술이 팔리는 물건인가 아니면 다른 제품의 일부인가. 일부라면 그 기술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완제품을 파는 회사가 돈을 법니다.
둘째, 지금 매출이 나고 있는가 아니면 예정인가. 개발 성공 발표와 양산 공급 계약은 몇 년의 거리가 있습니다.
셋째,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몇 퍼센트인가. 비중이 작으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작습니다.
이 세 가지를 통과하는 뉴스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의 기술 발표는 흥미롭지만 당장의 실적과는 거리가 있는 소식입니다. 그 구분만 해도 테마에 휩쓸리는 매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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