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녀의 날에 물량이 쏟아지는 이유: 베이시스가 0이 되기 때문입니다
3월, 6월, 9월,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이면 장 마감 직전에 지수가 요동칩니다. 네 마녀의 날입니다.
많은 글이 “변동성이 크니 조심하라”고만 말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날인지를 알면 대응이 달라집니다. 답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그날 0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구조를 숫자로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네 마녀 = 지수선물·지수옵션·개별주식선물·개별주식옵션의 만기가 겹치는 날.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베이시스)가 만기에 0으로 수렴합니다.
그동안 쌓인 차익거래 포지션이 한꺼번에 정리되며 현물 물량이 쏟아집니다.
1. 선물 가격은 계산으로 나옵니다
선물은 미래에 사고팔기로 약속한 가격입니다. 그래서 현물보다 조금 비싸거나 싼 것이 정상입니다. 돈을 빌려 현물을 사서 들고 있는 비용과 그동안 받는 배당의 차이만큼입니다.
현물 350 · 금리 3% · 배당수익률 2%
잔존 90일 → 350.86 (베이시스 +0.86)
잔존 30일 → 350.29 (베이시스 +0.29)
잔존 1일 → 350.01 (베이시스 +0.01)
여기서 결정적인 성질이 나옵니다. 남은 일수가 0이 되면 베이시스도 0이 됩니다. 만기일에는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이 반드시 만납니다.
2. 차익거래가 만들어 놓는 것
실제 선물 가격은 이론가에서 벗어납니다. 이때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거래에 들어갑니다.
| 상황 | 무엇을 하나 | 이름 |
|---|---|---|
| 선물이 이론가보다 비쌈 | 선물 매도 + 현물 매수 | 매수차익거래 |
| 선물이 이론가보다 쌈 | 선물 매수 + 현물 매도 | 매도차익거래 |
예를 들어 잔존 30일에 이론가가 350.29인데 실제 선물이 351.50이라면, 이론 대비 1.21이 비쌉니다. 이때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두면 만기에 둘의 가격이 만나면서 그 차이만큼이 남습니다. 가격 방향을 맞히지 않아도 되는 수익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현물 주식이 쌓인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매수차익잔고라고 부릅니다.
3. 그래서 만기일에 물량이 나옵니다
만기가 되면 선물 포지션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짝을 맞춰 들고 있던 현물도 정리해야 합니다.
매수차익잔고가 크게 쌓여 있으면 만기일에 그만큼의 현물 매도 물량이 나옵니다. 반대로 매도차익잔고가 많으면 매수 물량이 들어옵니다.
이 물량은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계약을 정리하느라 기계적으로 나오는 주문입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실제로 움직입니다. 특히 장 마감 동시호가에 몰리기 때문에 종가가 크게 흔들립니다.
미리 볼 수 있는 숫자
매수차익잔고는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앱에서 공개됩니다. 만기 주간에 이 값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 만기일 매도 물량이 클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방향을 맞히는 지표는 아니지만 대비할 근거는 됩니다.
4. 네 마녀는 언제인가
| 시장 | 만기일 | 비고 |
|---|---|---|
| 한국 | 3·6·9·12월 두 번째 목요일 | 그 밖의 달에는 지수옵션만 만기 |
| 미국 | 3·6·9·12월 세 번째 금요일 | 쿼드러플 위칭 |
참고로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는 지수옵션 만기가 있습니다. 네 개가 겹치는 분기 만기보다는 영향이 작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5. 개인 투자자는 무엇을 하면 되나
첫째, 그날은 새로 사지 않습니다. 종가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매수 단가로 삼기에 좋은 날이 아닙니다. 하루 미루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둘째, 급락은 이유를 먼저 확인합니다. 보유 종목이 만기일에 급락했다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프로그램 매물 때문인지를 나눠 봐야 합니다. 후자라면 며칠 안에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미리 현금을 조금 남겨 둡니다. 실적이 멀쩡한 우량주가 수급 때문에 밀리면 싸게 살 기회가 됩니다. 다만 이것은 사려던 종목이 이미 정해져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넷째, 신용과 미수는 미리 정리합니다. 만기 주간에는 장중 변동폭이 커집니다. 레버리지를 쓴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밀리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6. 옵션 만기가 더해지면
지금까지는 선물 이야기였습니다. 네 마녀의 날에는 옵션 만기도 함께 옵니다. 여기서 또 다른 힘이 작용합니다.
옵션을 판 쪽(주로 기관)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이나 선물로 반대 포지션을 잡아 둡니다. 이것을 헤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기가 다가올수록 지수가 조금만 움직여도 헤지 물량을 크게 조정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지수대 부근에서 매매가 몰립니다. 옵션 미결제약정이 많이 쌓인 행사가격 근처에서는 지수가 그 언저리에 붙어 있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흔히 “지수를 특정 가격에 묶어 둔다”고 표현하는 현상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이것을 예측해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만기일의 지수 움직임에 기업 실적과 무관한 힘이 겹쳐 있다는 사실만 알아 두면 됩니다.
7. 만기일 다음에 확인할 것
만기일이 지나면 그날의 움직임이 진짜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셋입니다.
첫째, 되돌림이 있었는지 봅니다. 수급 때문에 밀린 것이라면 다음 날부터 며칠에 걸쳐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이 없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둘째, 거래량을 함께 봅니다. 만기일에는 거래량이 평소의 몇 배로 튑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거래량이 계속 많다면 프로그램 물량이 아니라 실제 수급 변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지수와 내 종목을 나눠 봅니다. 지수는 그대로인데 내 종목만 크게 빠졌다면 그건 만기 탓이 아닙니다. 반대로 지수와 함께 움직였다면 시장 전체의 수급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는 데 며칠이면 충분합니다. 그동안 서둘러 팔지 않는 것이 만기일 대응의 핵심입니다.
마무리하며
네 마녀의 날은 무서운 날이 아니라 계산이 정리되는 날입니다. 몇 달에 걸쳐 쌓인 선물과 현물의 짝이 그날 한꺼번에 풀립니다.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그날의 주가 움직임은 대체로 기업 가치와 무관합니다. 그러니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그날의 종가를 판단 근거로 삼지 않는 것이 실용적입니다.
계산에 쓴 지수, 금리, 배당수익률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선물 가격은 이론가에서 벗어나며 그 폭도 시점마다 다릅니다. 만기일이 공휴일이면 일정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8. 만기일 변동성이 기회가 되는 경우
만기일의 물량은 기업 가치와 무관한 매매입니다. 차익거래 청산은 그 종목이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닌 이유로 나옵니다.
그래서 이유 없이 밀린 종목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을 기회로 쓰려면 미리 사고 싶었던 종목이 있어야 합니다. 만기일에 급락한 종목을 그날 처음 보고 사는 것은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실용적인 활용법
평소에 사고 싶은데 비싸다고 생각한 종목을 목록으로 만들어 두고, 만기일 전후에 목표 가격에 닿았는지만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매수 이유가 만기일이 아니라 그 종목 자체에 있어야 합니다.
9. 반대로 조심할 상황
만기일에 급등하는 종목도 있습니다. 매수 차익거래 청산으로 사는 물량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때 따라 들어가면 다음 날 되돌림을 맞기 쉽습니다.
또 장 마감 동시호가에 대량 물량이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일이 있습니다. 이 시간대에 시장가 주문을 넣으면 예상보다 나쁜 가격에 체결될 수 있으니, 지정가로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만기일은 평소보다 가격이 덜 정확해지는 날입니다. 그래서 급하게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개인에게 가장 나은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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