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을 낸 만큼 못 돌려받는 이유: 종교단체 한도는 소득금액의 10%입니다
연말정산 결과를 보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한 해 동안 헌금을 적지 않게 냈는데 돌아온 금액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계산이 틀렸나 싶어 다시 봤는데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기부금은 낸 만큼 다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한도가 있고, 종교단체는 그 한도가 유독 낮습니다. 왜 그런지 조문까지 찾아봤고, 알고 나니 다음 해부터는 다르게 낼 수 있었습니다.
1. 종교단체 한도는 소득금액의 10%입니다
여기가 원인이었습니다. 소득세법 제59조의4 제4항은 일반기부금 한도를 이렇게 나눠 놓았습니다.
종교단체에 기부한 금액이 있는 경우
한도액 = 소득금액 × 100분의 10 + [소득금액 × 100분의 20 과 종교단체 외에 기부한 금액 중 적은 금액]그 외의 경우
한도액 = 소득금액 × 100분의 30
천천히 읽어 보면 뜻이 분명합니다. 교회·성당·절에만 냈다면 한도는 소득금액의 10%에서 끝납니다. 30%를 다 쓰려면 종교단체 밖에도 기부한 금액이 있어야 하고, 그마저 실제로 낸 만큼만 더해집니다.
총급여 5,000만 원 직장인을 예로 들면 근로소득금액이 3,775만 원이고, 종교단체 한도는 그 10%인 378만 원입니다. 월 30만 원 조금 넘게 헌금하면 이미 한도에 닿습니다.
2. 한도를 넘으면 세금이 더 이상 줄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 헌금 액수만 바꿔 가며 계산해 봤습니다. 지방소득세 10%까지 포함한 금액입니다.
| 한 해 헌금 | 공제 대상 | 공제 못 받은 금액 | 줄어든 세금 |
| 200만 원 | 200만 원 | 0원 | 33.0만 원 |
| 300만 원 | 300만 원 | 0원 | 49.5만 원 |
| 378만 원 | 378만 원 | 0원 | 62.3만 원 ← 여기가 천장 |
| 500만 원 | 378만 원 | 122만 원 | 62.3만 원 |
| 600만 원 | 378만 원 | 222만 원 | 62.3만 원 |
| 800만 원 | 378만 원 | 422만 원 | 62.3만 원 |
378만 원을 넘긴 뒤로는 얼마를 더 내도 줄어드는 세금이 62.3만 원에서 멈춥니다. 제가 본 것이 이 장면이었습니다.
3. 나눠 내면 달라집니다
조문을 다시 보면 길이 보입니다. 종교단체 밖에 기부한 금액이 있으면 그만큼 한도가 늘어납니다. 같은 600만 원을 어떻게 나누느냐만 바꿔 계산했습니다.
| 600만 원을 이렇게 나누면 | 공제 대상 | 줄어든 세금 |
| 전부 교회 헌금 | 378만 원 | 62.3만 원 |
| 교회 400 + 일반 단체 200 | 578만 원 | 95.3만 원 |
| 교회 300 + 일반 단체 300 | 600만 원 | 99.0만 원 |
낸 돈은 똑같이 600만 원인데 세금이 36.7만 원 더 줄었습니다. 기부를 줄인 것도, 더 낸 것도 아니고 받는 곳을 나눴을 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세금 때문에 신앙생활의 헌금을 줄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차피 다른 곳에도 기부할 마음이 있었다면, 그 몫을 종교단체 밖으로 돌리는 편이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4. 이월된다고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도를 넘은 금액은 버려지지 않습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다음 과세기간 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럼 나중에 받으면 되겠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계산해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공제 순서상 이월분이 당해 기부금보다 먼저 쓰이는데, 문제는 한도 자체가 매년 378만 원으로 고정이라는 점입니다. 매년 600만 원씩 계속 낸다면 이렇게 됩니다.
| 연차 | 그해 공제받은 금액 | 쌓인 이월 잔액 |
| 1년째 | 378만 원 | 222만 원 |
| 3년째 | 378만 원 | 668만 원 |
| 5년째 | 378만 원 | 1,112만 원 |
| 10년째 | 378만 원 | 2,225만 원 |
해마다 222만 원씩 밀립니다. 이월 잔액은 줄어드는 법이 없이 불어나기만 합니다. 이 돈을 실제로 쓰려면 언젠가 기부를 한도 아래로 줄이는 해가 와야 합니다. 은퇴해서 소득이 끊기면 그때는 낼 세금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월되니까 괜찮다"는 말은 매년 한도를 넘기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이월은 어쩌다 한 해 크게 낸 사람을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5. 기부금 종류마다 규칙이 다릅니다
알아보다가 기부금이 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종류마다 공제율과 이월 여부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 종류 | 공제율 | 10년 이월 |
| 정치자금 | 10만 원 이하 100/110 초과분 15%, 3천만 원 초과분 25% | 안 됨 |
| 고향사랑 | 10만 원 이하 100/110 초과분 15% (특별재난지역 30%) | 안 됨 |
| 우리사주조합 | 15% (1천만 원 초과분 30%) | 안 됨 |
| 특례기부금 | 15% (1천만 원 초과분 30%) | 됨 |
| 일반기부금 (종교단체 포함) | 15% (1천만 원 초과분 30%) | 됨 |
눈여겨볼 것은 정치자금과 고향사랑은 10만 원까지 낸 돈이 그대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100/110이라는 말은 11만 원을 내면 10만 원을 돌려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이월이 안 되므로 그해에 못 받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6. 영수증에서 한 번 더 걸립니다
금액을 확인하다가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이 홈택스 간소화에 자동으로 다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단체가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해야 뜨는데, 작은 단체나 개별 교회는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소화 자료에 안 보이면 그 단체에 직접 영수증을 요청해서 회사에 내야 합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간소화에 뜬 금액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빠진 것을 알았습니다. 연말정산 전에 간소화 금액과 본인이 실제로 낸 금액을 한 번 맞춰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리
헌금을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종교단체 기부금의 한도는 소득금액의 10%입니다. 일반 단체 30%의 3분의 1입니다. 총급여 5,000만 원이면 378만 원에서 천장에 닿습니다.
둘째, 천장을 넘으면 얼마를 더 내도 세금은 그대로입니다. 종교단체 밖에도 기부한 금액이 있으면 그만큼 한도가 늘어나므로, 기부처를 나누면 같은 돈으로 더 인정받습니다.
셋째, 이월 10년은 매년 한도를 넘기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구제가 아닙니다. 한도가 고정이라 이월 잔액이 쌓이기만 합니다.
저는 이걸 알고 나서 기부처를 나눴습니다. 신앙에 관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원래 다른 곳에도 보내던 몫을 연말정산 기준으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숫자를 한 번 계산해 본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한도 산식은 소득세법 제59조의4 제4항, 공제율과 이월 규정은 국세청 기부금 세액공제 안내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계산은 본인 기본공제와 국민연금 보험료만 반영한 단순 모형이라 다른 공제가 많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실제로 적용될 금액은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미리보기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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